영도 중리의 분식집인 와글와글을 방문했다. 와글와글은 영도여자고등학교, 부산체육고등학교 및 중학교, 부산남고등학교 등 여러 학교가 밀집한 지역에 위치하여 주변 학생들의 방과후 아지트와 같은 노포이다. 오랜 시간 같은 터를 지켜온 와글와글의 맛과 그 속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발굴해보고 했다.
와글와글
주소: 부산 영도구 중리북로22번길 5
영업시간:
월-금 11:00-19:00
토 11:00-18:00
일 정기휴무, 매월 2/4번째 월요일 휴무
(라스트오더 마감 30분 전)
주차장 X, 포장 가능
부산체육고등학교 버스정류장에서 내려서 조금만 걸으면 보이는 주황간판이 바로 와글와글의 간판이다. 조금은 낡은 듯한 간판에서 오랜 기간 이 장소를 지켜온 가게의 시간을 읽을 수 있다.
가게 안을 들어서면 전면에 보이는 알록달록한 포스트잇이 눈에 띈다. 포스트잇은 다녀간 손님들이 한글자 한글자 적어 꼼꼼히 붙여둔 포스트잇은 가게와 손님 사이 추억을 말해주는 듯 했다. 천장과 구석진 곳까지 붙여진 포스트잇을 보며 장난기 넘치는 학생의 모습이 생각난다거나 음식을 기다리며 포스트잇을 적는 어린 학생들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며, 이런게 학교 근처 맛집의 묘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야말로 보는 것만으로 와글와글한 따뜻함이 느껴지는 가게였다.
와글와글과 라밥
와글와글의 대표메뉴는 라밥이라고 할 수 있다.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름이지만 간단히 라면밥볶이의 줄임말로, 라볶이에 밥과 각종 재료를 볶아낸 볶음밥이다. 라밥은 소자(1-2인분 기준) 7000원, 대자(3-4인분 기준) 10000원이다. 또한 순두부찌개가 함께 나오는 라밥 세트도 있는데 소자 10000원, 대자 14000원이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최적의 가게라고 할 수 있다.
주문된 라밥은 그 이름처럼 매콤달콤한 라볶이 소스에 밥과 라면, 비엔나 소세지, 계란후라이, 치즈와 김 등 다양한 재료가 푸짐하게 볶아져 나왔다. 흔히 말하는 ‘초딩입맛’에 맞는 재료들과 맛이라 유치하다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단순하고 톡톡 튀는 맛이 먹는 게 학창시절의 맛이 아닐까 싶다. 달고 매운 게 유난히도 좋고 양이 푸짐하게 나오면 더 좋았던 학생 시기, 방과후에 삼삼오오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먹었던 그때 그 시절의 맛이다.
라밥 이외에도 다른 메뉴들 역시 준비되어 있는데, 분식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떡볶이와 치즈떡볶이를 즉석으로 즐길 수 있다. 즉석떡볶이 후기도 좋아 한번 먹어봄 직 하다.
사장님과 와글와글
오랜 시간 가게를 운영해 오신 사장님과 간단한 인터뷰도 가져보았다.
사장님은 이 곳에서 22년간 장사를 해오셨다고 한다. 이 곳을 다녀간 손님들 중 기억에 나는 손님이 있냐는 질문에 학교 담 타고 넘어와 가게를 찾아온 어린 손님들이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하고 자녀들과 함께 찾아오는 손님들이 인상 깊다 말씀을 해주셨다. 이야기를 들으며 사장님이 오랜기간 한자리에서 운영해온 이 가게가 졸업생들이 오래된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자녀들이 부모님의 어린시절 기억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랑방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와글와글의 음식, 내외부의 모습, 곳곳에 베인 사장님과 손님들의 흔적이 이 곳에서 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학창시절 기억 한조각을 떠올리게 만들 것이다.
사장님이 영도에서 가게를 운영하게 된 것은 시댁인 영도로 이사를 온 것이 시작이라고 한다. 아마 시댁과 가족 이외에는 아는 사람도 잘 없었던 시기가 있었을 테지만, 이 가게를 통해 영도에 뿌리를 내리고 주변 학교 학생들과 스웨터처럼 느슨하지만 포근한 라포를 형성해오셨다. 그리고 지금은 영도를 방문하는 관광객도 방문하며 새로운 기억들이 와글와글 안에서 쌓여져 가고 있다. 사장님과 손님들의 추억을 느끼고 나의 학창시절 추억도 회상할 수 있는 따뜻한 분위기의 노포 와글와글에 한번쯤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P.S 와글와글만 가지 말고!_코스 추천
영도 중리는 흰여울문화마을에서 살짝 떨어진 영도 중간의 동네이다. 일반적인 관광객들은 흰여울문화마을 그 이상으로 넘어오지 않아 중리는 거의 마을 주민만의 동네라고도 할 수 있는데, 중리 해변을 끼고 바닷마을의 여유로움을 갖춘 동네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보다 자연스러운 영도 로컬을 마주할 수 있고 마치 지역 주민이 된 듯한 느낌을 즐길 수 있다. 흰여울문화마을을 방문하는 계획이 있다면 그 전 후로 영도 중리에도 들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영도 중리 추천 코스]
1)영도 5일장-김가네쑥밀면/제주복국-커피나무
영도 5일장은 중리바닷가에서 제주복국으로 올라가는 길 사이 공터에서 1과 6이 들어간 날짜에 서는 장이다. 다양한 식재료들을 꽤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도 있는데다 주민들의 일상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 마트나 인터넷 주문을 이용해 장을 보는게 일반적인 요즘 방식과 다르기에 색다른 재미도 느껴볼 수 있다. 장을 보고난 뒤에는 김가네쑥밀면/제주복국에서 식사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여름이라면 시원한 쑥밀면이 제격이고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복국이 제격이다. 두 곳 모두 동네 주민들의 맛집이라 화려하진 않아도 든든하고 만족스런 식사를 할 수 있다. 위로 조금만 올라가면 커피나무라는 작은 카페가 나온다. 눈에 잘 띄지 않고 규모도 작지만 적당한 가격에 괜찮은 맛으로 동네 어른신들이 자주 모이는 카페이다. 프랜차이즈나 SNS 유명 카페와 다른 동네 사랑방 같은 카페의 매력을 느껴볼 수 있다. 그 중 추천은 코코넛커피스무디이다.
2)와글와글-리케이온-영도중리해변 산책
위 글에서 소개했던 와글와글에서 라밥을 시켜 먹으면 학창시절의 추억에 젖을 수 있다. 여기저기 붙어있는 손글씨 적힌 메모지들을 하나하나 읽다보면 가게에 들렸던 손님들의 모습을 생생히 그릴 수 있다. 세트메뉴로 시키면 순두부찌개가 같이 나오는데 라밥과 같이 먹을 때 맵단맵단 조화가 좋다. 조금 걸어 내려가면 리케이온이 나온다. 주택을 개조하여 만든 카페인데 조경학을 공부하신 사장님 덕에 느낌있는 아름다운 정원이 함께 있다. 또한 내부에는 여러 조경학 책과 리케이온이 실린 잡지 등이 빼곡히 꽂힌 서재방이 있으니 독서하며 여유를 즐기기 딱이다. 해가 뉘엿뉘엿 질때 쯤에 영도중리해변으로 나와 산책을 하길 추천한다. 12월 31일에는 마지막 해넘이를 보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주민들의 해넘이 명소이다. 해가 지는 동안 보이는 분홍빛과 주홍빛의 하늘이 아름답다. 해변가에는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으니 편안하게 산책하기 좋다.
3)더얼큰샤브칼국수-중리산 드라이브-카페플루
더얼큰샤브칼국수는 샤브샤브와 칼국수, 볶음밥이 함께 나오는 메뉴를 제공한다. 버섯과 미나리, 낙엽살이 고루 섞여 나와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같이 제공되는 와사비간장소스에 찍어 먹으면 조화롭다. 또한 넙적수제비 옵션도 있어 샤브샤브 재료들을 수제비에 싸먹으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괜찮은 가격에 샤브샤브 코스를 먹을 수 있어 추천한다. 차를 가져오지 않았다면 영도중리해변 산책도 좋지만, 차를 운전해서 왔다면 더얼큰샤브 바로 옆의 중리산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 하는 것도 좋다. 길을 따라 달리면 태종대 자갈마당으로 통한다. 도로를 달리는 동안 남항대교 너머의 송도 풍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어 탁 트인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태종도를 찍고 중리로 돌아와 카페플루를 들려볼 것을 추천한다. 카페플루에서는 내 마음대로 토핑을 추가할 수 있는 크레페를 판매한다. 바삭한 크레페 속에 새콤한 과일과 부드러운 크림 등 각종 재료를 넣어 먹으면 만족스러운 후식을 즐길 수 있다. 다만 크레페의 경우 만드는 20-30분 정도 걸려 크레페를 주문한 뒤 드라이브를 다녀오면 시간을 아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