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 남항시장에 위치한 일구향만두에 다녀왔습니다. 남항시장은 영도의 여러 관광지로 향하는 길목에 있어, 약속의 쉼터 같은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백종원의 3대 천왕, 6시 내고향 등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현지인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일구향만두의 사장님 부부는 10년 전 외지에서 영도로 이주해 정착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나만 알고 싶은 숨은 맛집’으로 남기고 싶었지만, 7년 차 예비 노포로 자리 잡으면서 이제는 외지인들이 더 많이 방문하는 가게가 되었습니다.
일구향만두
주소: 부산광역시 영도구 절영로49번길 24
영업시간: 10:00~20:00 (매주 일요일 정기 휴무)
전화번호: 051) 418-7285
주차: 남항시장 공영주차장 혹은 근처 유료주차장 이용
남포동에서 6, 7, 9, 71, 508번 버스를 타고 3~4개 정류장을 지나 '남항동' 정류장에서 내린 후, 건너편 시장 방면으로 직진하면 재기 돼지국밥 바로 앞에 위치해 있습니다. 가게가 약간 안쪽으로 들어가 있어 위치를 찾기 위해서는 주의 깊게 봐야 합니다. 입구에는 빨간 등이 달려 있어 중화풍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기대감을 자아냅니다. 내부에는 4인용 테이블이 7개 있으며, 원하는 자리에 앉아 주문하면 즉시 요리가 시작됩니다. 가게까지 가는 길은 평지지만, 시장 골목과 가게 입구가 좁아 유아차나 휠체어의 이용은 다소 어려워 보였습니다.
일구향만두의 메뉴는 총 5가지로 매우 단순합니다. 새우딤섬, 소룡포, 완당(훈툰), 딴딴면(탄탄면), 마라우육면(소고기 마라탕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격은 메뉴당 6,000원에서 8,000원 사이이며, 다섯 가지 메뉴를 모두 시켜도 33,000원으로 매우 가성비가 뛰어납니다. 3명이서 전 메뉴를 시켜 먹었는데, 배가 너무 불러서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가게 안에는 소룡포와 관련된 이야기와 먹는 방법이 안내되어 있습니다. 소룡포는 육즙이 가득한 만두로, 만두피에 구멍을 내어 먼저 육즙을 후루룩 마시고, 그 후 만두소를 먹는 것이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고 알려줍니다. 한 판에 6개씩 제공되며, 3명이서 각각 2개씩 나누어 먹으면 조금 아쉽게 느껴질 만큼 맛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혼자 와서 한 판을 다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새우딤섬은 얇은 찹쌀피로 감싼 새우 만두로, 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겉은 쫄깃하고 속은 통통하며 담백한 맛이 일품입니다.
각 새우딤섬, 딴딴면, 마라우육, 소룡포, 완당입니다..
면 요리는 완당, 딴딴면, 마라우육면으로 총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완당은 담백한 멸치 육수에 숙주와 함께 완당이 들어간 메뉴로,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용으로 먹으면 정말 개운할 정도로 시원한 맛을 자랑합니다. 다른 메뉴들에 비해 심심하게 느낄 수 있지만, 없으면 서운할 정도로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두 번째로, 딴딴면은 국물 없이 소스에 비벼 먹는 땅콩 비빔국수처럼 생겼습니다. 대만 음식 전문점이나 중국 여행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이 음식은 고소한 땅콩과 딴딴면 소스가 잘 어우러져, 먹다 보면 멈추지 않고 계속 먹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마라우육면은, 마라탕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기 전부터 판매되던 요리입니다. 종종 먹으면서도 혀 끝이 얼얼했던 이유가 마라 때문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메뉴 이름은 '소고기 마라탕면'이라고 적혀 있지만, 실제로는 맛있는 경상도식 소고기국에 마라 향신료를 살짝 가미한 듯한 맛입니다. 향신료에 거부감이 없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맛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구향만두의 전 메뉴를 맛본 결과, 솔직히 말해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이 모두 맛있습니다. 혼자 가지 않는다면 배가 불러도 모든 메뉴를 주문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유는 착한 가격 덕분에 부담이 없고, 후회하지 않을 맛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꼭 선택해야 할 메뉴가 있다면, 소룡포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소룡포는 꼭 시켜서 드셔보세요.
남항시장에는 부산의 대표 음식인 돼지국밥을 판매하는 유명한 재기 돼지국밥, 제주 할매국밥, 횟집과 고깃집 등 전통시장답게 다양한 식당들이 있습니다. 게다가 영도는 부산에서 평균 연령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노인과 바다'라는 별명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영도에서 7년 넘게 남항시장에 자리 잡고 꾸준히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는 일구향만두가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신기하고 대견하게 느껴집니다.
최근 딘타이펑, 딤딤섬 등 대만이나 홍콩의 현지 딤섬집들이 국내에 들어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주요 메뉴는 우육면이나 샤오롱바오로, 이는 일구향만두와도 비슷한 시그니처 메뉴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계속해서 일구향만두를 찾는 특별한 이유는 아마도 다른 곳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전통시장 특유의 정겹고 편안한 분위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 가장 중요한 점은 친절한 사장님 부부와 합리적인 가격이 이 식당이 오랜 기간 동안 특색 있는 가게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가 아니었을까요?
제 영도의 최애 맛집인 일구향만두를 소개해보았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가난한 고등학생의 지갑을 책임져 주었고, 대학생 때는 영도로 놀러 온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추천할 수 있는 식당이었습니다. 가게와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지만, 오랜만에 먹어본 음식의 맛은 세월이 갈수록 더욱 깊고 알차졌습니다. 영도에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되는 식당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구향만두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