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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맛의 기행- 포항물회집

nlyds1027 2024. 10. 27. 07:42

 

  물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습은 무엇일까? 아마도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머릿속에는 순간 살얼음 육수 가득한 국물에 소면 그리고 야채와 함께 회가 말아져 있는 장면이 떠올랐을지 모른다. 혹자는 그 새콤달콤한 육수에 밥을 말아 먹기도 한다는데, 그에 관련해 스프밥과 같은 재미난 네티즌들의 설전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늘은 흔히 우리가 떠올리는 관념속의 그것1)이 아닌,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부산 영도구에 위치한 포항 물회집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물회란 갓 잡아 올린 생선이나 오징어를 날로 잘게 썰어서 만든 음식. 잘게 썬 재료를 파, 마늘, 고춧가루 따위의 양념으로 버무린 뒤 물을 부어서 먹는 음식이다.2) 바닷가 근처 지방에서 흔히 먹는 서민 음식으로, 어부들이 어선에서 바로 먹었던 것이 그 시작이라고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물회로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속초식 물회로, 앞서 이야기 한 육수에 밥을 말아먹는 방식 역시 속초식 물회를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경상도 사람들에게 관념적으로 떠오르며, 흔히 접해지는 물회는 사실 포항식 물회이다.

  포항식 물회의 가장 큰 특징은 물기가 없는, 얼핏 잘못 본다면 덮밥 같기도 한 그 모양새이다. 사용되는 생선 역시 냉동이 아닌 광어, 우럭, 밀치 등과 같은 잡어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방문한 영도구 태종로에 위치한 포항물회집 역시 입구부터 신선한 활어로 가득찬 수조로 눈길을 사로잡았으며, 메뉴는 활어물회, 물회, 한치물회로 포항식 물회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었다.


1) 속초식 물회

2) 네이버 어학사전, 물회 참고



세가지 물회 메뉴(기본물회, 활어물회, 한치물회)
국물없는 포항식 물회

  맛을 비교하기 위해 기본물회, 활어물회, 한치물회를 모두 주문해보았다. 가게에서 손수 만들어지는 정갈한 밑반찬들 위로 메인음식인 물회가 상을 가득 채웠다. 가장 눈에 띄는 특이점은 역시 양념이었다. 물회 육수 자체가 양념이 되어 있어 말아 먹는 식과 다른, 미리 상에 놓여진 뻑뻑한 고추장에 설탕과 식초를 비율 맞게 넣어 손님이 직접 제조해 먹는 방식. 익숙하지 않은 외지인들이 오면 놀라기도 한다는데, 그 맛을 조절할 수 있어 오히려 먹다 보면 이것이 좋기도 하다. 맛이 너무 달지 않아 밥과 함께 먹기에도 부담이 없다.

 

매운탕

  곧이어 경상도식 물회집의 가장 큰 특징이 등장했다. 바로 오늘 식사의 화룡점정이 될 매운탕이다. 수도권이나 내륙지방과 달리 해안지방, 특히나 경상도 남해안 근처에서는 이렇게 물회나 회덮밥을 주문하면 신선한 횟감 덕분에 매운탕이 보너스 메뉴로 제공된다. 별도로 추가하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식사에 제공되는 이 매운탕은, 반주를 즐긴다면 술을 한잔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영도는 피난수도였던 부산에서도 유달리 외지인의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특히 해방 이후 많은 제주도민들이 영도로 대거 이주하였고, 1950~1970년 중반까지 영도를 거점으로 바깥 물질을 이어가다 기장, 울산, 경주, 포항 등지로 퍼졌다고 한다.1) 음식을 즐기며, 가게 간판이 정직하게 ‘포항물회집’ 이라고 적힌 것에 혹시나 싶어 여쭤보니, 남사장님의 부모님께서 포항에서 오셨다고 했다. 무려 40여년 가까이 된 이곳은 로컬 맛집이자 대교동의 주민들과 함께 해온 터줏대감 같은 식당으로 지금도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1) 21.10.18. 제민일보 ['제주집' '제주촌' … 여성 사회경제적 영역 확장] 김수환 기자

https://www.je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725763

 

  근래 변화가 잦았던 영도 동네들에 비해선 비교적 아직은 큰 변화를 겪지 않았다는 동네인 대교동. 그렇기에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며 맛을 이어가는 이 식당이 소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새콤달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물회를 공깃밥에 올려 먹고, 얼큰한 매운탕을 한 숟가락 떠먹다 보면 하루의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만 원대의 큰 부담없는 가격에 푸짐하게 차려지는 구성이 기껍다. 함께 식사를 한 일행 역시도 다음에도 재방문을 하였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넌지시 비추었을 정도로 반찬, 매운탕, 물회 구성이 모두 훌륭했다. 특히 포항에서 오셨다는 남사장님의 어머님 되시는 여사장님께서 회를 손질해서 요리해주셔서, 그 맛이 배가 되는 것만 같았던 정통 포항물회집.

 

  이곳을 방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만, 주차가 힘들 수 있기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비교적 영도 초입에 위치하여 있고, 최근 영도대교 밑 포장마차 거리라 하여 뜨고 있는 곳과도 도보로 가까워 1차 혹은 2차로 들르기에도 좋다. 만약 정통 포항물회에 관심이 생긴다면 이곳에서 포항물회에 매운탕 먹고 시원하게 하루 마무리하며 귀가하는 것은 어떨까?

 

방문 전 전화 한통하여 영업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팁 아닌 팁으로 남기며 이번 맛집 기행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주소 : 부산시 영도구 태종로 73번길 9-1

전화번호 : 051-412-8558